[언론보도](보도) 귀금속업체 94%가 영세… 외국제품에 맞설 브랜드가 없다 [‘金의 배신’] (세계일보_2020.10.20)

배은****
2021-04-14
조회수 2655


귀금속업체 94%가 영세… 외국제품에 맞설 브랜드가 없다 [‘金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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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2020.10.20





지난 13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김정봉(민주노총 종로주얼리분회장)씨의 손에는 옛날 드라마에서나 보던 ‘아버지의 월급봉투’가 들려 있었다. 종로 귀금속시장에서 20년 넘게 세공일을 하는 김씨는 매달 봉투에 현찰로 월급을 받는다. 현금 거래가 대부분인 종로 금시장에서는 계좌이체처럼 기록에 남는 일을 피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종로 귀금속 노동자 6명 중에 급여 통장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 김씨 옆에 있던 다른 노동자 A씨는 “그래도 거긴 월급 봉투가 두껍고 재질이 좋네요. 우린 그냥 흰봉투예요, 아무것도 안 써져 있는”이라며 부럽다는 듯 말했다. 종로 귀금속거리에는 매출 신고는 물론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운영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이곳 직원들은 근로계약, 연월차, 4대보험 등이 없는 ‘그림자 노동’에 빠져 있다. 실체가 잡히지 않는 건 비단 노동뿐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금이 총 얼마에 거래되는지 정부도, 업계 내부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금시장 전체가 신기루인 셈이다.

 

◆금산업 없는 한국

비밀 많은 금 시장에서 금 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 한국 금 거래 규모는 세계 7위로 추정되지만 코스피 상장기업은 한 곳도 없고, 고부가가치 브랜드도 거의 없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이하 월곡연구소)의 올해 연차보고서를 보면 2018년 현재 전국 귀금속 관련 제조·도매·소매업체는 1만5557개로, 이 가운데 94%인 1만4638곳이 직원 수 4명 이하의 영세사업장이다. 귀금속 제조업 분야로 국한하면 전국 1659개 업체 중 78%가 4명 이하다. 10명 이상 사업장은 118곳(7%)뿐이다.


온현성 월곡연구소장은 “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니 정확한 매출 공개도 어렵고, 결국 외부에서 투자자금이 유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욱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 사업기획팀장도 “사업기획을 할 때 첫 단계는 시장조사인데 이 업계에는 공신력 있는 리포트라는 게 없다”며 “믿을 만한 시장 데이터가 없다 보니 현장에서의 감각에 따를 수밖에 없어 시장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미국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18K 금반지는 최고 635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종로 금은방에서는 24K(순금) 반지가 3분의 1 가격도 받지 못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종로에서 5돈 여성용 순금반지는 140만∼150만원에서 가격이 형성됐는데 이는 재료값(당일 기준 5돈 순금가 132만원)보다 1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제대로 된 브랜드가 없다 보니 외국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이익을 내기 위해 금의 순도를 낮추고 세금자료를 숨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B금거래소 관계자는 “금시장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금값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탈세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형적인 시장구조는 국고에도 손실을 끼치지만, 노동자에게는 더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이들은 소득을 증명할 수 없어 신용카드 발급도 어렵고 대출도 받지 못한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을 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종로·중구 귀금속사업장 3271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529개 사업장(16%)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받은 월급 입금하는 세공노동자 종로에서 금세공을 하는 A씨가 지난 13일 현찰로 받은 월급을 부인 계좌로 보내기 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돈을 세고 있다.


◆언제나 열려 있는 뒷금 통로

금시장에서 탈세가 가능한 건 ‘뒷금’(부가가치세 없는 무자료 금)이 종로 뒷골목을 유유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탈루를 막겠다며 한때 금지금 면세제도,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론 모두 실패했다.

세계일보가 최근 소매업체를 방문했을 때도 10곳 중 9곳은 카드 거래를 하지 않았고, 6곳은 계좌이체마저 불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매일 수백㎏의 뒷금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금시장을 오간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순금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현 제도를 손보지 않고는 금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의 고유한 속성 때문이다.


자료=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한국갤럽

옷, 자동차 등 보통의 재화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순간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감가상각이 일어난다. 하지만 금은 아무리 여러 번 손이 바뀌어도 언제든 시세대로 거래된다. ‘신상 금’이라고 해서 시장 가치가 높은 게 아니다 보니 세관을 거쳐 유통단계마다 부가세를 붙인 정상적인 ‘앞금’과 금시장에서 통용되는 뒷금 중 경쟁력을 갖는 건 늘 저렴한 뒷금이다.

온 소장은 “금은 돌반지에서 금열쇠로, 다시 골드바로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부가세를 붙이면 다중과세 문제도 발생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원자재 금에 부가세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나 금 세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도 실제 개편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얼리 거래업을 하는 C대표는 “국민 대부분이 금 거래 내막에 대해 잘 모르는데 ‘순금 부가세를 없앤다’고 하면 여론이 좋겠느냐”며 “누구도 구태여 세제 개편이라는 총대를 메기 싫을 것이고, 또 뒷금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봉 분회장은 악덕 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제 개편이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앞장 세워놓고 그 뒤에 숨어 ‘개편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며 부당이득을 정당화하는 사업주가 많다”며 “세금을 내지도 않으면서 ‘조세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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