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넘은 '금통장' 들썩이는 시장···중고 시장까지 번진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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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박소연 기자), 2025.04.03

- 국민·신한·우리 金뱅킹 잔액 1조82억
- 금 투자 열기 개인 간 중고 거래로 확산
- 전문가 "불확실성 속 당분간 수요 탄탄"

[국제 금 시세가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금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면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연합뉴스 ]
국내 은행 금 통장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격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금 시세가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가 실물 시장과 중고거래 시장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산업 수요 위축과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아 제외됐다. 골드뱅킹은 예금처럼 통장을 통해 0.0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3개 은행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말 5600억원 수준이었던 잔액은 1년 새 약 80% 급증했고 같은 기간 계좌 수도 24만4146좌에서 28만5621좌로 약 17% 증가했다.
금값 급등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국가별 상호 보복 관세 조치 가능성까지 예고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지난달 31일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3157.40달러에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1.38% 상승했다. 장중에는 3162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물 금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2월 중단했던 골드바 판매를 지난 1일부터 재개했다. 두 은행은 한국금거래소에서 공급받는 1kg짜리 골드바를 주요 영업점을 통해 다시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소형 골드바(1g, 3.75g, 37.5g)와 LS MnM의 중·대형 골드바(10g, 100g, 1kg)를 함께 취급 중이며 하나은행은 1kg 골드바만 판매한다. NH농협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3.75g, 10g, 100g, 1kg 골드바와 삼성금거래소의 37.5g, 187.5g, 375g 골드바를 판매한다.
금 투자 열기는 개인 간 거래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최근 순금 덩어리, 금팔찌, 금목걸이 등 다양한 금 제품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으며 서울 용산·서대문·마포구 등 주요 지역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금값이 오르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보유하던 골드바를 되파는 개인들도 늘고 있다. 가격이 높을 때 팔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며 골드바 역시 중고 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당근은 고가 금제품 거래가 사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100만원 이상의 금제품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은 화폐와 유사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일반적인 중고 물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한 건의 거래만으로도 큰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골드바와 금괴뿐 아니라 금으로 만든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도 모두 제한 대상이다.
이처럼 실물 금 거래가 개인 간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금을 둘러싼 투자 심리와 수요 흐름은 전반적으로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금은 역사적으로 가장 확실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위기 자산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 수요는 당분간 탄탄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외환 변동성이 큰 경제에서는 골드뱅킹이나 금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헌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글로벌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금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금 수요 방향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그는 "안전자산으로 주목 받는 금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금리 인하로 인해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며 이는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의 매력이 감소해 무이자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게 된다"며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는데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중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중앙은행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금 관련 금융상품 수요 증가와 관련해 박 책임연구원은 “최근 금 관련 ETF와 금 펀드의 인기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투자 수요는 한층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값 상승이 산업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주얼리 산업을 비롯한 일부 산업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 금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일반주얼리 및 예물 시장에서 실제 거래량이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고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대체 소재 활용이 이러한 현상을 강화할 수 있고 특히 금 주얼리는 자유 소비재 성격이 강해 경기 둔화 시기에 소비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금 거래 시장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현물 금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확대와 비과세 대상을 넓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은 사라지지 않고 순환하기 때문에 고금 시장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투자 수요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금의 환금성을 높이고 재판매 시장을 활성화하면 금 보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금 수요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조 넘은 '금통장' 들썩이는 시장···중고 시장까지 번진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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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박소연 기자), 2025.04.03
[국제 금 시세가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금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면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연합뉴스 ]
국내 은행 금 통장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격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금 시세가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가 실물 시장과 중고거래 시장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산업 수요 위축과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아 제외됐다. 골드뱅킹은 예금처럼 통장을 통해 0.0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3개 은행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말 5600억원 수준이었던 잔액은 1년 새 약 80% 급증했고 같은 기간 계좌 수도 24만4146좌에서 28만5621좌로 약 17% 증가했다.
금값 급등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국가별 상호 보복 관세 조치 가능성까지 예고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지난달 31일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3157.40달러에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1.38% 상승했다. 장중에는 3162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물 금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2월 중단했던 골드바 판매를 지난 1일부터 재개했다. 두 은행은 한국금거래소에서 공급받는 1kg짜리 골드바를 주요 영업점을 통해 다시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소형 골드바(1g, 3.75g, 37.5g)와 LS MnM의 중·대형 골드바(10g, 100g, 1kg)를 함께 취급 중이며 하나은행은 1kg 골드바만 판매한다. NH농협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3.75g, 10g, 100g, 1kg 골드바와 삼성금거래소의 37.5g, 187.5g, 375g 골드바를 판매한다.
금 투자 열기는 개인 간 거래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최근 순금 덩어리, 금팔찌, 금목걸이 등 다양한 금 제품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으며 서울 용산·서대문·마포구 등 주요 지역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금값이 오르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보유하던 골드바를 되파는 개인들도 늘고 있다. 가격이 높을 때 팔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며 골드바 역시 중고 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당근은 고가 금제품 거래가 사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100만원 이상의 금제품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은 화폐와 유사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일반적인 중고 물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한 건의 거래만으로도 큰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골드바와 금괴뿐 아니라 금으로 만든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도 모두 제한 대상이다.
이처럼 실물 금 거래가 개인 간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금을 둘러싼 투자 심리와 수요 흐름은 전반적으로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금은 역사적으로 가장 확실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위기 자산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 수요는 당분간 탄탄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외환 변동성이 큰 경제에서는 골드뱅킹이나 금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헌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글로벌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금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금 수요 방향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그는 "안전자산으로 주목 받는 금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금리 인하로 인해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며 이는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의 매력이 감소해 무이자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게 된다"며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는데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중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중앙은행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금 관련 금융상품 수요 증가와 관련해 박 책임연구원은 “최근 금 관련 ETF와 금 펀드의 인기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투자 수요는 한층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값 상승이 산업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주얼리 산업을 비롯한 일부 산업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 금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일반주얼리 및 예물 시장에서 실제 거래량이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고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대체 소재 활용이 이러한 현상을 강화할 수 있고 특히 금 주얼리는 자유 소비재 성격이 강해 경기 둔화 시기에 소비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금 거래 시장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현물 금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확대와 비과세 대상을 넓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은 사라지지 않고 순환하기 때문에 고금 시장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투자 수요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금의 환금성을 높이고 재판매 시장을 활성화하면 금 보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금 수요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